서울 여의도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식당이 별로 없다. 1시간 남짓한 점심시간내에 점심을 먹고 바삐 사무실로 돌아가야 하는 샐러리맨과 증권맨, 혹은 국회쪽에 있는 머리나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맛보다는 간편함이, 우아함보다는 푸짐함이 더 들어맞기 때문이다.
그래선가 그런 서먹한 모임에 걸맞는 자리넓은 고깃집이나 횟집, 일식집은 수두룩하다. 어디를 추천할 것인가 꼽으라면 난감하다.
여의도를 벗어나고 싶다.
하긴 점심때면 늘 고민한다. 오늘은 어디 갈까. 늘 먹던 된장찌게라도 나름대로 정성을 들인 그런 고향같은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1시가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 썰렁해진 실내는 음식맛마저 달아나게 한다.
마흔이면 세상을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눈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흔이면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호기있게 약속했다. 함께 사표를 내자고..
IMF가 왔고 난 비전을 만들어내놓지 못했다. 마흔에 완성될 줄 알았던 혜안은 오래 낀 콘텍트렌즈마냥 늘 눈을 찔렀다.
그 때 훌쩍 다른 길을 나섰던 친구를 만났다. 그 녀석 승용차로 판단하건데 SM5를 탄다. ^^
여의도에서 먹기에 좋은 곳. 경상도식 추어탕을 하던 30년이상 된 구마산을 가려고 했으나 미원빌딩으로 이전한 뒤에는 영 예전 맛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북적거린다.
안동국시도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의도 안동국시보다는 마포 안동국시가 더 나을법해서 전화를 했더니 예약불가란다.
제기럴...
이런 날에는 빼갈 한 잔에 탕수육 어떠나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중국집같은 분위기의 '중경신선로'가 떠올랐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를 맛 본 홍대앞 '불이아'에 이어 여의도에서 처음으로 훠궈를 선보인 곳이 이 곳 중경신선로다. 여의도 KBS별관 건너편 인도네시아 대사관 옆 두번째 건물 지하에 있다.
훠궈도 먹었지만 역시 한국에서 먹는 훠궈는 한계가 있다. 접었다. 훠궈는 중국에서 먹기로 했다.
동파육을 시켰다. 소동파가 즐겨 먹어서 이름이 붙었다는 둥파로우... 중국 항저우에서 처음 먹어본 그것과는 모양이나 맛에서 차이가 났지만 무교동의 유명한 중국식당의 그 것보다는 훨씬 제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던 단품이다.
기름을 빼고 소스를 끼얹은 모양새가 제법이다. 추천1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중국요리는 그게 그거다. 이럴 때 다음으로는 육해공 순서로 다 시킬 수는 없기에
여럿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누룽지탕(궈바오탕)을 시켰다. 해물을 듬뿍 넣어서 걸쭉하게 만들고 뜨거운 채로 누룽지에 쏟아부어
내놓는다.
이 것만으로도 꽤나 훌륭한 점심이다.
포만감을 느꼈지만 요리는 요리 밥은 밥이다. 밥배가 따로 있다고 했다.
중경탕면이다. 충칭(중경)식이라면 한국에서는 맵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매운 짬뽕을 중국식으로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중국식이니만큼 오징어니 하는 그런 해물은 넣지않는다.
대신 매콤한 국물맛과 깔끔한 면발이 수준급이다.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밥은 볶음밥밖에 없는 줄 안 적이 있다. 그래서 자장면이나 짬뽕으로는 밥먹은 것 같지않다고 느낄때는
볶음밥 곱배기를 시켰다.
이 집의 볶음밥은 반 중국식 반 한국식이다. 선선하고 담백하다. 느끼한 맛이 없다.
심심하기도 하다. 짜지않은 게 좋다.
모양새도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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